천잔칠정 중권 7

천잔칠정(天殘七鼎) 2023. 3. 27. 07:56 Posted by 비천호리

그가 시력을 집중해 한참 동안을 쳐다보았더니 두 눈이 벌써 시큰거려 눈을 감았다.
눈을 감자 그 검식이 눈에 익은 것처럼 느껴졌다. 별빛이 옮겨지며 언사군은 연속해서 검식 다섯 개를 봤다.
연이어 열흘 동안 언사군은 줄곧 야안을 연마했다. 10일이 지나자 그는 이미 캄캄한 밤에도 대낮처럼 환하게 볼 수 있게 되었다. 벽에 새겨진 것은 오행검법(五行劍法)인데 모두 120식으로 금목수화토(金木水火土) 오행에 합치되었고, 금목수화토마다 각 24초로 을목검법의 정화(精華) 역시 그곳에 있었다.
이렇게 한 달이 지나자 언사군 스스로도 내공이 크게 나아진 것을 느꼈다.
제갈자운도 마음이 매우 기쁘면서도 왜 언사군은 환상에 빠지지 않았는지는 기괴하게 생각했다. 정상적이라면 언사군은 환경(幻境)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는데, 그가 내면에 감춰진 일을 알게 되었기 때문에 주화입마를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하더라도 언사군은 정신이 완전히 또렷했으니!
그는 천둔경은 원래 오래 전 이보(異寶)로서 그 시원한 기운에 피사(避邪)의 효능이 있는 것을 알지 못했던 것이다.
둘째 날 언사군이 연공을 하고 있을 때 돌연 가느다란 소리에 놀라 깨어나 보니 캄캄한 가운데 한 사람이 동굴 안에 뒤돌아 서 있는 것이 보였다.
그 사람이 고개를 돌리자 언사군은 깜짝 놀랐다.
그는 다름 아닌 한안신군 사도화였던 것이다.
이때는 한밤중이라 동굴 안이 칠흑같이 어두워서 한안신군은 좌우를 분간할 수 없어서 조용히 그곳에 서있는 것처럼 보였다.
왼쪽에서 또 작은 소리가 들려 언사군이 눈을 들어 보니 제갈자운이었다.
그가 입을 열었다.
“군아냐? 내려와서 무얼 하고 있느냐?”
한안신군이 놀라 몸을 돌리고 말했다.
“접니다. 사도화”
제갈자운도 깜짝 놀랐다.
“너라고?”
그는 사도화가 여기에 나타날 줄은 생각도 못했고, 도대체 어떤 곳에서 왔는지도 몰랐다.
사도화가 냉랭하게 말했다.
“내가 찾아올 줄은 몰랐지요?”
언사군이 그 말을 듣고 어리둥절해서 생각했다.
“이 사도화는 정말 대단하구나, 지금은 정신이상이 완전히 나았고 일부러 이곳까지 뒤를 밟아 오다니!”
제갈자운이 아무 말이 없자 사도화가 차갑게 말했다.
“20년 전 당신에게 의심을 품었는데 과연 당신은 사부님이 남긴 무공을 숨기고 있었군”
제갈자운이 말했다.
“사도화! 입에 발린 말 하지 마라, 사부님? 네가 아직도 그렇게 부를 수 있느냐? 이 동굴은 나도 단지 두 번째로 온 거다. 너 정말 똑똑하긴 하구나, 나를 미행하다니. 이 동굴 안 무공은 우리 다섯 명이 각자 일부분씩 배웠던 거다. 너 혼자 다 가지려고 하는 건 불가능하다.”
사도화가 코웃음 치며 말했다.
“나도 바라지 않지만, 당신이 숨기고 있는 건 인정할 수 없소”
제갈자운이 냉소했다.
“사도화, 20년이 됐는데도 너는 여전히 그 당시처럼 안하무인(眼下無人)이구나. 나는 장문 대제자이고 본문에서 장차 성취(成就)를 이룰 사람은 언사군이다. 이 동굴 안 무공은 마땅히 그의 것이 돼야 한다.
사도화가 한참을 침묵하더니 동굴 밖으로 걸어가면서 말했다.
”지금은 불편하니 내일 처음 햇빛이 이 동굴에 비칠 때 다시 오겠소!“
말을 마치고 동굴 밖으로 번뜩 몸을 날렸다.
제갈자운이 동굴 입구를 바라보며 가볍게 탄식했다.
언사군은 보따리와 장검을 집어들고 몸을 날려 공중에서 크게 반원을 그려 제갈자운 앞에 떨어져 내리며 말했다.
”대사백님, 괜찮으시죠?“
제갈자운이 놀라기는 했지만 벌써 이것이 성상만리(聲翔萬里)의 신법(身法)을 알아보았고, 또 목소리를 듣고는 언사군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는 오랫 대적(大敵)을 상대해봤던지라 언사군의 신형이 떨어지자마자 물었다.
”아이야! 언제 야안을 연마한 적이 있었느냐?“
언사군은 조금 미안해서 지난 한 달여 동안의 일을 말해줬다.
제갈자운이 다 듣고 깊이 생각한 후 웃으며 말했다.
”이렇게 하는 것이 좋겠다. 너는 날이 밝기 전에 동굴 안의 초식을 모조리 기억하고, 만약 기억할 수 없으면 해뜨기 전에 부숴 버려라!“
언사군은 멍해져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동굴 안에 있는 것 모두 단죽군이 심혈을 쏟아 만든 건데 이렇게 부숴버리면 너무 아깝지 않은가?”
제갈자운은 언사군이 마음속에 생각하고 있는 것을 알고는 담담하게 말했다.
“한천냉무도 부서지고 돌기둥이 사라지고 냉무(冷霧)도 없어지게 된다. 그때가 되면 사도화는 아무것도 얻지 못하게 되지. 사도화는 내가 어려서부터 키웠기 때문에 그의 개성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다. 그는 타고난 성품이 총명하긴 해도 식견이 너무 좁고 이따금 후회를 잘한다.”
언사군이 두 눈으로 주시하다 을목검을 뽑아 경력(勁力)을 검에 운용하여 먼저 오행검결(五行劍訣)을 없앤 후 그 밖의 것들도 하나씩 기억해가면서 하나씩 없애 갔다.
얼마 안 있어 하늘빛이 곧 밝아지려고 할 때 언사군은 절반 정도만 기억했고 나머지는 급하게 보고 검을 휘둘러 부숴버렸다.
그가 마지막 사람 그림을 잘라버릴 때 사도화도 이미 도착했다.
사교랑과 그 백의소년 사도홍도 같이 왔는데 사도화는 땅 위에 돌가루가 분분히 날리는 것을 보고는 안색이 약간 변해 언사군을 노려보며 꼼짝도 하지 않았다. 마치 응당 어떻게 해야 할지를 심사숙고하는 것처럼!
언사군이 몸을 돌려 한천(寒泉)을 향해 달려가자 사도화가 움직여 언사군의 길을 막아섰다.
제갈자운이 나서며 장(掌)을 펼쳐 사도화를 공격했다.
“빨리 비켜라, 이곳은 사부님이 당년에 수도(修道) 하시던 곳이다. 네가 이렇게 방자하게 굴 데가 아니다.”
사도화가 대소(大笑)하며 왼손을 돌려 제갈자운의 손목을 잡아가면서 오른손으로는 바람처럼 언사군의 배심(背心)을 잡아챘다. 그의 이 좌우개궁(左右開弓)의 기세와 출수(出手)의 빠르기가 상상 이상이었기 때문에 제갈자운이 부득이 초식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이때 사교랑도 벌써 앞으로 나서 검으로 제갈자운을 공격해 들어갔다.
언사군은 돌연 등 뒤를 습격당하는 것을 느끼자 등을 돌린 채 그대로 발차기를 하는데 발끝이 사도화의 곡지혈(曲池穴)을 향하자 사도화가 크게 놀랐다. 언사군의 이 솜씨를 보니 그의 공력이 이미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이 진전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한 번의 발차기가 너무 빨라 그도 변초(變招) 는 방법 밖에는 없었던 것이다!
그가 오른손을 낮춰 반대로 언사군의 발목을 잡으려고 했다.
언사군은 오른발을 거둬들이고 몸을 뽑아내어 곧바로 그 하얀돌 위로 떨어져 내렸다.
사도화가 언사군을 처음 봤을 때는 20년 이래 사운고(謝芸姑)에 대한 미안함을 생각해서 대전구식을 언사군에게 전수해줬었다. 다만 후에 옛 사형제들이 한 사람씩 다시 나타났다. 그가 처음 언사군을 가르친 것도 언사군이 이전의 일을 몰라서였다. 그러나 지금은 언사군이 이미 이전의 일을 알게 되었고, 더욱 무서운 건 언사군이 또 고인(高人)의 가르침을 받아 대전구식의 정묘함이 그보다 더 뛰어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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