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잔칠정 중권 4

천잔칠정(天殘七鼎) 2023. 3. 3. 20:08 Posted by 비천호리

언사군은 사도화가 왜 이 사람을 두려워하는지 몰라 어리둥절했다.
사도화의 안색이 회복되자 황포 노인이 천천히 토산에서 걸어 내려왔다.
사교랑도 황포 노인이 출현하자 저도 모르게 미미하게 경이(驚異)로운 기색을 드러내며 천천히 사도화의 곁으로 물러났다.
황포 노인이 두 사람을 한눈에 쓸어본 후 언사군에게 말했다.
“너는 나를 따라오너라”
언사군이 급히 생각해보고 말했다.
"전배(前輩)는 제 대사백(大師伯)이신 제갈(諸葛) 사백이시지요?“
황포 노인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언사군은 마음속으로 기뻤다.
”저 노인이 바로 무토신군(戊土神君) 제갈자운(諸葛子雲)이구나! 그런데 어떻게 이곳에 나타났는지 모르겠다“
제갈자운이 무공은 비록 사도화에 미치지 못했지만 결국은 단죽군의 장문(掌門) 대제자(大弟子)라 이전의 위엄이 아직 남아 있었고, 때마침 사도화가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있을 때여서 자연히 겁이 난 것이었다.
그가 언사군에게 머리를 끄덕이고는 몸을 돌려 떠나가자 언사군은 매옥을 손짓으로 불러서 제갈자운을 뒤따라갔다.
사도화는 천천히 고개를 숙이고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예전의 사형(師兄)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언사군이 한 말이 사실이라면 괜찮겠지만 만약 거짓말이라면... 만약 일양수가 죽지 않았다면 자기를 쉽게 놓아두지 않을 것이다!
언사군은 매옥과 함께 제갈자운을 따라 걸어갔다.
산봉우리 하나를 지나자 제갈자운이 비로소 걸음을 멈췄다.
언사군이 앞으로 나아가 예를 표했다.
”사질(師姪) 언사군, 대사백님을 뵙습니다.“
매옥도 제갈자운을 향해 예를 표하니 제갈자운이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언사군에게 말했다.
”나는 오랫동안 강호의 일에 대해 듣지 못했다. 이번 천잔칠정의 일에도 나는 본래 참여하길 원치 않았지만 그 안에 본문의 일도 있다는 것을 알고는 비로소 네 행방을 쫓은 것이다. 네 사부는 잘 있느냐?“
언사군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부님은 잘 계십니다. 대사백님의 염려 감사합니다.“
제갈자운이 가벼이 탄식하며 말했다.
”사도화의 습성이 지금까지 고쳐지지 않고 있는데 장문대제자로서 내가 네 사부에게 많이 미안하구나!“
언사군은 제갈자운이 말하는 것이 20년 전의 일임을 알기에 무언(無言)으로써 답을 한다는 듯 단지 침묵하였다.
제갈자운이 말했다.
”8월 중추의 약속은 천하무림이 다 알고 있다. 만약 사도화가 옛 습성을 바꿨다면 오행검진(五行劍陣)을 펼쳐 천잔칠정을 확실히 손에 넣을 수 있을 텐데, 지금은 다섯 중 한 명이 빠졌고, 석년(昔年)의 네 마두(四魔)도 다시 출현해 천잔칠정에 손을 댈 뜻이 있는 것이 분명해서 아마도 다른 방법을 생각해야만 될 것 같다.
언사군도 4마의 공력을 본 적이 있어서 만약 4마가 끼어든다면 아마도 천잔칠정은 틀림없이 그들 차지가 될 것을 알았다.
천잔수 무공의 고강함은 그가 10년 전에 회안봉에서 본 적이 있고 지금까지도 인상이 깊었다. 4인이 자만하고 있고 천잔수 때문에 은거했다고 말하지는 않지만 4인의 무공이 아무리 높다 해도 실로 천잔수에 비해서는 한참 차이가 났다.
제갈자운이 다시 말했다.
“그렇다면 우리가 출수(出手) 해봐야 소용이 없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고 이 일은 우리가 직접 나설 수 없고 단지 너 혼자 할 수 있다.
언사군이 몸을 굽히며 말했다.
”이 일은 본래부터 사질의 일이었습니다.“
제갈자운이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나도 그런 뜻이 아니다. 내 의견은 내가 아는 바에 의하면 너는 천부적인 자질이 뛰어나다고 들었다. 네 사부는 너의 상세를 치료하느라 돌아가 5년을 정양(靜養)하고 나서야 비로소 공력이 회복되었다. 너는 실제로는 단지 5년 동안만 무공을 배운 것인데 5년 만에 이 정도 성취를 거둔다는 건 보통 사람으로서는 다다를 수 없다.
나는 네가 최단기간 내에 공력을 갑절로 늘릴 수 있기를 바란다. 너도 대전구식을 배웠으니 어쩌면 그들과 승부를 다툴 수도 있을 것이다. 4인이 비록 마두들이기는 해도 무림 선배로서의 신분이 있으니 젊은 사람에게 꺼리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너도 많은 이득을 볼 수 있어서 혹시라도 한번 이길지도 모른다.“
언사군은 얼떨떨했다. 그는 무토신군이 자기에 대해 이렇게나 많이 알고 있는 것이 기괴(奇怪) 했다. 틀림없이 잘 알아봤을 테지만 그럼 자기는 응당 어떻게 해야 하나?
제갈자운이 한동안 침묵하다 입을 뗐다.
”이 일이 아주 어렵기는 해도 내 생각에 너는 해낼 수 있다고 본다“
언사군이 약간은 의심을 품고 제갈자운에게 물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제갈자운이 말했다.
“네 사조(師祖)께서 당년 세상을 떠나실 때 일찍이 내게 한 가지 일을 말씀해 주신 적이 있는데 그건 네 사부조차도 모르는 일이다. 네 사조께서 비록 당년 천잔수의 손에 패하시긴 했어도 반대로 천잔수도 네 사조의 신상(身上)에서 얻은 이익이 적지 않았었다. 네 사조의 무공과 초식 모두 천잔수보다 위였지만 공력이 미치지 못했단다.”
“오행검진은 다섯 사람이 힘을 합쳐야 하고 궤이함이 으뜸인 검식을 더하면 천잔수를 검 아래 둘 수 있다. 네 사조께서는 연공(練功) 하던 동굴에 그 어르신의 모든 무공의 정화(精華)를 남겨 두셨다. 안타깝게도 우리 사형제(師兄弟) 간에 스스로 다툼이 일어나지만 않았더라면 결코 천잔수의 손 아래 패하지 않았을 텐데.”
언사군이 말했다.
“사백님의 뜻은 제가 동굴에 들어가 한번 보라는 건가요?”
제갈자운이 희미하게 한번 웃고 말했다.
“이 동굴은 오직 나 혼자만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다. 게다가 동굴 안에는 단지 그런 무공들만이 아니라 가장 주요(主要)한 것은 한천냉무(寒泉冷霧) 인데 내공 수련에 도움이 된단다”
언사군도 한천냉무가 뭔지 알지 못해 다만
“어디에 있습니까?”
라고만 말했다.
제갈자운이 머리를 들어 하늘을 보고 시간을 가늠한 후 말했다.
“여산(廬山)에 있다.”
말을 마치고 한동안 깊은 생각에 잠겼다가 천천히 말했다.
“당년 네 사조 그 어르신이 여산을 유람하실 때 발견하시고는 산동(山洞) 안에서 1년을 지내셨다. 동굴 안에 있는 한 점 한 방울 모두가 그 어르신의 심혈(心血)이 아닌 것이 없다.”
언사군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단죽군이 당년 그런 곳에 있었는데 왜 공력이 천잔수에게 미치지 못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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