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장 알 수 없는 길흉(吉凶)
단목자금(端木子禽)은 제비뽑기로 비무(比武)를 대체하자는 방법에 대해 나머지 세 사람 모두 이의가 없었기에 잠시 자리를 벗어났다가 곧 제비 네 개를 만들어 돌아왔다. 그가 웃으며 세 사람에게 말했다.
”네 개 가운데 동그라미가 그려진 것이 한 개 있소, 그걸 뽑는 사람이 언사군을 처리할 수 있소이다“
공명상(公明商)이 되는 대로 제비 하나를 뽑아 열어보고는 말 한마디 없이 몸을 돌려 눈 깜짝할 사이에 그림자도 없이 사라졌다.
장손뢰(長孫雷)가 두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남은 제비 세 개를 한번 쳐다보고는 가볍게 한 개를 뽑아 천천히 열었다. 그리고 다시 단목자금을 한번 바라본 후 말없이 떠나갔다.
구양무기(歐陽無忌)는 그 제비 두 개를 한번 보고 단목자금에게 말했다.
”단목 형(端木兄)!, 이제 제비 두 개만 남았는데 우리 둘 중 한 사람에게 희망이 있는 것이 맞소?“
단목자금이 웃으며 말했다.
”그렇소이다.!“
구양무기가 언사군을 위아래로 한번 훑어본 후 또 단목자금을 쳐다본다.
그가 웃으며 말했다.
”단목 형! 내가 동그라미가 없는 제비를 뽑게 되면 언사군은 그대가 처리하게 되는 것이 맞지요?“
단목자금의 눈빛이 살짝 흔들리더니 말했다.
”아직 잘 모르겠소이다.“
구양무기가 한 번 웃고 말했다.
”언사군을 그대가 처리하거나 내가 처리하거나 간에 차이는 없소. 그대 손에 떨어지거나 내 손에 떨어지거나 어쨌든 그가 죽음을 피하기는 어렵소이다. 하지만, 만약 단목 형의 제비 네 개 가운데 하나도 동그라미가 없다면 그냥 넘어갈 수 있겠소?“
그는 벌써 단목자금의 기색이 이상한 걸 간파했을 뿐만 아니라 속임수에 당하는 것도 참지 못했기 때문에 그렇게 물었던 것이다. 단목자금이 한바탕 크게 웃고는 왼손을 한번 꼭 쥐어 남아 있는 제비 두 개를 재로 만들어 버렸다.
”정말 탄복했소이다, 구양 형, 그런데 어떻게 알아차린 거요?“
구양무기가 담담(淡淡)하게 한번 웃고는 말했다.
"그냥 한번 말해봤을 뿐이요. 지금은 우리가 방법을 바꿔서 승패를 논해야 할 것 같긴 한데, 다만, 나는 단목 형이 이 언사군을 어떻게 하려고 하는지를 모르겠소이다.”
단목자금이 눈썹을 찡긋거리며 담담하게 말했다.
“구양 형은 언사군이 절정(絶頂)의 기궤(奇詭)한 무공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소? 그건 단죽군(丹竹君)이 전수해준 것이 아니라오”
구양무기가 언사군을 쳐다보았다.
그도 대전구식(大顚九式)의 맛을 본 적이 있었던 것이다.
그가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가 느릿하게 말했다.
“그보다 더 기궤한 무공도 쓸모가 없소이다.”
단목자금이 한번 웃었다.
“나는 그를 죽이자는 것이 아니오.”
언사군이 한 켠에서 두 사람이 그를 어떻게 처리할지를 상의하는 것을 듣고 있었다. 그의 마음속에 천만 가지 생각이 뒤엉켜 눈을 감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을목도주의 무공은 이미 무림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든다. 비록 자기가 을목도주에게 무공을 전수받았지만 공력이 너무 얕아서 이런 마두(魔頭)들과 겨룰 수가 없다니!”
매옥(梅玉)이 한쪽에 있었지만 역시 별다른 수가 없었다. 만약 다른 사람이었다면 그녀도 두려워하지 않겠지만, 단목자금과 구양무기 두 사람은 그녀의 사부가 온다고 해도 어쩔 수 없었다.
단목자금과 구양무기 두 사람이 한창 고집부리며 다투고 있는데, 돌연 멀리서 높아졌다 낮아졌다 하는 종소리가 들려왔다. 언사군은 그 종소리를 듣자 즉시 원기백배(元氣百倍) 해졌다. 이 종을 치는 기인(奇人)은 얼마 전에도 그의 요상(療傷)을 도와준 적이 있었는데 지금 그가 위기에 빠져 있을 때 또 종소리가 출현하다니!
언사군은 저번에 종소리로 공력을 전해(鐘聲傳功)준 도움을 받았던 적이 있어 이때 종소리를 듣고는 알아차리고 즉시 가부좌하고 앉았다. 구양무기와 단목자금 두 사람은 한쪽에 서서 서로 눈짓을 하고 있었다. 그들의 생각은 어찌 되었든 두 사람은 언사군이 두렵지 않았고, 종을 치는 사람은 마지막에는 혹시 정체를 드러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면 그 사람의 실력을 좀 봐야겠다는 것이었다.
전번(前番)에는 종소리에 이끌려 언사군의 전신 진기(眞氣)가 온몸의 혈도를 순행(順行)하다가 종소리가 그치고 혼자서 연습(練習)할 때는 여전히 정체(停滯)되는 느낌이 있었는데, 이때 종소리가 다시 그의 진기가 전신을 운행하도록 이끌고 있었다.
진기가 전신을 한 차례 운행한 후 종소리가 약간 줄어드나 했는데 돌연 다시 커지면서 언사군의 진기를 역행(逆行)으로 이끌었다. 언사군은 어리둥절하면서도 이 종을 치는 사람이 그에게 악의를 가질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진기가 역행할 때 그는 전신에 열이 나는 것을 느꼈는데 그 열이 견딜 수 없을 정도여서 마치 기혈(氣血)이 끓어오를 때와 같았다. 그런데, 다른 기이한 일이 발생했다. 진기가 역행하여 한 바퀴 돈 후 그의 공력이 배로 증가된 것을 느꼈다. 마치 전신의 역량(力量)을 다 쓸 수 없을 것만 같았다.
종소리가 멈추고 언사군의 신형이 튀어 올라 단목자금과 구양무기 두 사람을 덮쳐갔다.
“흥”
구양무기가 코웃음을 쳤다. 그는 벌써 언사군을 그의 손으로 없애버리려고 했지만 단목자금이 찬성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지금 언사군 스스로 덮쳐 온 것이다. 그가 되는대로 언사군을 향해 일장(一掌)을 쳐냈다.
단목자금은 구양무기가 손을 쓰는 것을 보고 천천히 한 걸음 물러났다. 언사군은 대전구식(大顚九式)에 대해 훤히 알고는 있어도 많은 정묘(精妙)한 초식은 시전해 낼 수가 없었는데, 이때는 종소리의 도움에 힘입어 그의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일초를 펼쳐 구양무기의 손목을 잡아갔다.
구양무기는 언사군의 공력에 대해 꿰뚫고 있어서 그가 되는대로 쳐낸 일장은 그의 절혼팔장(絶魂八掌) 가운데 일초(一招)인 강함안영(江涵雁影)이었다. 그러나 언사군의 이 일조(一抓)는 매우 궤이(詭異)하여 구양무기가 완전히 초식을 펼치기 전에 이미 그의 다섯 손가락이 구양무기의 오른 팔목을 붙잡아 버렸다.
구양무기가 크게 놀랐다. 언사군의 이 다섯 손가락이 붙잡은 부위는 마침 그가 경력(勁力)을 운행하여 대항할 수 없는 곳이었다. 언사군이 손 가는대로 구양무기를 던져버렸다.
구양무기는 비록 진기를 전신에 끌어올리고는 있었지만 언사군의 던진 힘이 그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컸기 때문에 그는 여전히 그대로 던져져 2장 남짓 날아가 떨어졌다.
구양무기가 나가떨어지는 보고 단목자금이 아직 어안이 벙벙한 상태인데 언사군이 곧바로 그에게 덮쳐들었다. 단목자금은 언사군이 경맥(經脈) 역행의 효과를 받은 것을 알지 못하고 단지 구양무기가 방심해서 실수한 줄 알았다.
그는 언사군이 덮쳐 오는 것을 보자 대소(大笑) 했다.
“애송아! 이 술 항아리를 받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