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막 떨어지자 천여 근(斤)이나 되는 큰 술 항아리가 휘-익 소리를 내며 언사군을 압도해갔다. 언사군이 왼쪽 어깨로 슬쩍 부딪혀 술 항아리를 날아가게 하고 곧장 단목자금에게 달려들었다. 단목자금이 조금 놀라 노성(怒聲)을 토해냈다. 신형이 번뜩 움직이며 오른손으로 번개같이 언사군의 등 뒤 혈도를 찔러 갔다.
언사군은 그 종소리에 체내의 진기가 역행함으로써 한 번의 정행(正行)과 한 번의 역(逆行)으로 혈도의 위치가 모두 바뀌었기 때문에 단목자금의 이 일지(一指)에 찔렸어도 아무 일 없는 듯 태연하게 손바닥을 뒤집어 일초 도전오악(倒顚五嶽) 시전했다. 그리고 단목자금이 대경실색(大驚失色)하는 중에 이미 그를 5장(丈) 밖으로 내던져 버렸다.
단목자금과 구양무기 두 사람 크게 놀랐다.
그 종 치는 사람이 누구인지 모르지만 이렇게 고강한 공력을 가지고 있다니, 언사군은 화근(禍根)이 될만하지 못해 그를 사지(死地)에 몰아넣으려고만 하면 그다지 어렵지 않지만 그 괴인(怪人)은 반드시 살려둘 수 없었다.
두 사람의 심사(心事)가 같아서 동시에 언사군에게 말했다.
“잠시만 살려두마!”
말을 마치고 두 사람이 앞서 종소리가 전해온 곳으로 달려갔다.
언사군은 두 사람이 떠나자 왜 그런지 몰라 잠시 그 자리에 서 있는데 체내의 진기가 점차 흩어지며 이마에도 식은땀이 솟아났다.
그가 급히 두 번째 가부좌를 하고 운공(運功)에 들어갔다.
매옥은 본래 언사군의 공력이 갑자기 높아진 것을 보고 놀랍기도 하고 의아하기도 했는데 지금 또 언사군이 한기와 땀을 개의치 않고 운공하는 것을 보고는 걱정이 되어 급히 그에게 달려갔다.
언사군은 경맥을 역행시킨 후 한바탕 내력이 넘쳐흐르는 것을 느꼈으나 지금은 도리어 강노지말(强弩之末)처럼 전신에 기운이 빠져버렸다. 그도 속으로 놀라 계속 운공조식(運功調息)을 하면서 한편으로는 생각했다.
“그 종 치는 사람은 틀림없이 정파의 인물은 아닐 것이다. 이런 종류의 무공을 보더라도 절대로 정파는 아니다. 그렇다면, 누구일까?”
한참이 지나 그가 몸을 일으켜 매옥이 옆에 있는 것을 보았다. 돌연 그의 생각이 단목자금과 구양무기 두 사람의 행방에 미쳤다. 혹시 두 사람이 돌아올 수도 있다고 생각되어 급히 매옥에게 말했다.
“우리 빨리 갑시다!”
매옥이 걸어가면서 한편으로는 초조해서 언사군에게 말했다.
“언 오빠(大哥), 괜찮아요?”
언사군이 웃으며 말했다.
“고맙소, 아주 좋아요.”
말하면서 매옥을 바라보았다.
그의 마음속에도 어떤 감정인지 잘 모르지만 어쨌든 좋아하는 것이었다.
두 사람이 한참 길을 달려 단목자금과 구양무기가 찾지 못할 거로 생각되는 지점에 왔을 때 비로소 걸음을 멈췄다.
매옥은 언사군의 기색이 좋은 것을 보고서야 겨우 마음을 놓게 되었다.
언사군이 매옥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
“매(梅) 아가씨! 정말 고맙소”
매옥이 웃으며 말했다.
"이젠 별일 없을 거예요. 우리 동정호(洞庭湖)에 가서 오빠의 사부님과 사매를 기다리는 것이 어때요?“
언사군이 머리를 끄덕였다.
두 사람이 급히 동정호로 돌아가려고 하는데 돌연 언사군이 사도화(司徒華), 사교랑(謝巧娘)과 백의(白衣) 소년 세 사람이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언사군은 세 사람이 왜 또 황산(黃山)에 왔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급히 매옥을 끌어당겨 숲속으로 피했다. 매옥은 언사군이 끌어당기자 저도 모르게 부끄럽기도 하고 초조하기도 해서 한번 힘껏 버텼는데 이때 사도화 등 세 사람에게 발견되고 말았다. 사교랑이 냉소(冷笑)하며 두 사람을 쫓아왔다.
언사군은 매옥이 버티자 어리둥절했다. 손바닥에도 약간 낯선 느낌이 있었는데 사교량이 이미 그곳에 다다랐다. 매옥은 얼떨떨하면서도 후회되었다. 언사군이 달아난들 소용없다는 것을 알고 정신을 모으고 적을 기다렸다.
사교랑이 언사군을 향해 차갑게 웃으며 매옥을 흘깃 한번 보고는 언사군에게 말했다.
”오늘 어쨌든 헛걸음한거 아니구나, 또 너를 만났으니!“
언사군이 무심하게 웃으며 쫓아온 사도화와 그 백의소년을 보았다.
”당신들은 천잔칠정 때문에 온겁니까?“
사교랑이 냉소했다.
”일부분만 맞췄다. 천잔칠정은 팔월 중추(中秋)에 황학루(黃鶴樓)에서 결정된다고 천하 무림인물들 모두가 알고 있지만 그건 6개 뿐이다. 소림파 장문인 해월선사는 죽었지만, 소림파가 얻었던 고정(古鼎)의 행방은 너 혼자만이 알고 있다.“
언사군의 눈빛이 약간 번뜩였닥, 그리고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알고 보니 한룡담(寒龍潭)의 그 고정 때문에 온 거구나!“
그가 태연히 말했다.
”그 일을 알고 있지만 당신에게 알려줄 수는 없소.“
사교랑이 매옥을 한번 보고 말했다.
”이 어린 아가씨는 누구신가?“
매옥이 살짝 웃으며 말했다.
”이 분이 홍갈자(紅蝎子) 사교량인가요? 저는 매옥이고, 장강(長江) 응풍방(鷹風幇) 소상검객(瀟湘劍客) 매풍(梅風)의 딸입니다.“
사교랑이 차갑게 웃었다.
”네가 나를 안다니 잘 됐구나.“
말하면서 한 손으로 언사군을 붙잡아갔다.
언사군은 사교랑의 손에 독이 묻어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감히 맨손으로 상대하지 못하고 ”챙“하는 소리와 함께 검집에서 장검을 뽑아 사교랑을 핍박해갔다.
사교랑은 어려서부터 타고난 성품이 그 언니인 을목도주 사운고(謝芸姑)와는 너무 달랐다.
단죽군도 그것을 생전에 알고 있어 줄곧 그녀에게 무공을 가르치지 않았지만,
그녀의 무공 일부분은 훔쳐서 배운 것이고 대부분은 사도화가 전수해주었다.
때문에 그녀는 스스로 금(金)의 기운이 목(木)의 기운을 이기므로 언사군은 기본적으로 자기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고 알고 있었다.
그녀가 손을 뒤집어 일장을 쳐 마침 언사군의 검세(劍勢) 중에 생긴 틈으로 쪼개왔다.
언사군이 검세를 한쪽으로 기울여 반을목검법(反乙木劍法) 중의 일초(一招) 취목배금(聚木排金)을 시전하니 검세가 이르는 곳엔 마치 만개의 뿌리가 달린 거목(巨木)이 몰아치듯 이 일초로 사교랑의 공세를 후려쳐 되돌렸다.
사교랑이 가볍게 코웃음을 쳤다. 그녀는 언사군의 검초가 정말로 자기와 대적할 수 있다는 것을 믿지 않았던 것이다. 그녀는 연속해서 10여 장(掌)을 쳐냈는데 그것은 평상시 한안군 사도화의 장기(長技)인 낙엽장법(落葉掌法)이었다.
그녀가 쌍장(雙掌)을 뒤집자 가을바람이 낙엽을 휩쓸 듯 비록 장세(掌勢)는 강경(强勁)하지 않아도 을목검법과는 또 다른 격조(格調)가 있었다.
언사군이 반을목검법(反乙木劍法)을 펼쳐 금생목(金生木)에 따라 검초(劍招)가 끊임없이 이어졌다. 비록 이길 수는 없어도 매 일초가 펼쳐질 때는 이미 낙엽장법 가운데 틈을 파고들었으므로 사교랑도 일시(一時)에 그를 어찌할 수가 없었다.
사도화가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데 백의소년이 돌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