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엄마가 지금까지 싸워도 못 이기는데 빨리 나서서 저 언사군이라는 자를 붙잡아요!“
사도화가 그말을 듣고도 여전히 언사군에게 나아가지 않았다.
매옥이 한 손으로 장검을 뽑아 들고 웃음을 지으며 사도화에게 말했다.
”만배(晩輩) 매옥이 전배(前輩)의 고초(高招)를 가르침 받겠습니다.“
사도화가 손을 뒤집어 이장(二掌)을 쪼개내자 매옥은 장검을 한번 낮추고 한번 올려 사도화가 공격한 장력을 되돌려 보냈다.
사도화는 본래 매옥이 일격도 감당하지 못할 줄 알았다가 매옥의 검법이 이처럼 정묘하고 기이한 것을 보자 어리둥절하였다. 사도화도 젊었을 때 천하를 주유(周遊)하여 견문(見聞)이 넓었는데 매옥의 검초가 매우 눈에 익었다. 이 세상 사람 가운데 어자결(御字訣)의 요점(要點)을 장법 상으로 얻은 사람은 당년에 그에게 대전구식(大顚九式)을 전수해준 일양객(一陽客)이지만, 검법 상으로는 남해(南海) 철면관음(鐵面觀音)을 첫손가락에 꼽았다.
보아하니 이 매옥은 철면관음의 도제(徒弟) 아니면 도손(徒孫)이리라!
돌연 홍갈자 사교랑이 그때 언사군이 뿌리친 사전성월(斜顫星月) 수법에 의해 7, 8장(丈) 바깥으로 나가떨어지고 백의소년이 놀라 부르짖는 것이 보였다.
사도화가 놀랐다.
언사군의 이 일초는 바로 대전구식 중의 신법이어서 보자마자 잘 알 수 있었지만, 언사군의 신형의 교묘함은 그로서도 미칠 수 없는 것이었다.
그가 어리둥절하는 사이에 백의소년이 소리를 질렀다.
”아빠! 빨리 엄마 구해줘요“
사교랑은 화가 나서 온 얼굴이 붉어졌다.
그녀도 이것이 대전구식 가운데 정묘한 초식이라는 걸 알아보았다.
다만, 그녀는 현재 세상에서 사도화만이 구사할 줄 알고 있었고 사도화는 자기 아들한테도
가르쳐주지 않았는데 거꾸로 그걸 언사군에게 전수하다니!
그녀가 차가운 어조로 백의소년에게 말했다.
”홍아(鴻兒)! 검을 가져오너라!“
그 백의소년이 앞으로 나아가 검을 사교랑에게 건넸다.
사교랑이 코웃음치며 말했다.
”이것은 네 아빠가 그에게 가르친 대전구식이다!“
사도화가 급히 언사군에게 다가갔다.
매옥이 검을 내어 가로막으면서 말했다.
”전배(前輩)! 걸음을 멈추십시오!“
사도화는 단죽군의 네 제자 가운데 가장 걸출한 사람이었다. 자질이 양호했을 뿐만 아니라 운 좋게 기회도 만나서 대전구식에 있어서 그와 필적할 자가 없었고, 그의 혼원장력(混元掌力) 역시 그에 미칠만한 자가 거의 없었다.
그의 장식(掌式)이 한번 흡수하고 한번 거두어들이는 사이에 가볍게 매옥의 장검을 밀어내고 언사군을 향해 걸어갔다.
사교랑이 화가 나 사도화에게 말했다.
”당신 참 좋은 일을 했구먼, 자기 아들한테는 대전구식을 전해주지 않으면서 반대로 다른 사람에게 전수해서 그자가 제 마누라와 아이를 때리게 하다니!“
사도화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넋이 빠진 듯 언사군만 바라보다 천천히 발걸음을 멈추고 언사군에게 물었다.
”이 일초를 어디서 배웠느냐?“
언사군이 태연하게 웃었다.
”그건 물을 필요 없습니다.“
사교랑이 옆에서 듣기에도 기괴하게 느껴졌다.
”그러고 보니 언사군이 배운 건 결코 사도화가 전수하지 않은듯한데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사도화는 언사군이 대답하지 않는 것을 손을 써 전광석화처럼 언사군의 손목을 잡아 언사군을 바깥으로 던져버리려고 했다. 그것은 바로 대전구식 중의 일초 전강도해(顚江倒海)였다. 언사군은 몸이 던져지려는 순간 길게 한번 숨을 들이마시고 사도화의 오른손이 풀리자 신형을 꼿꼿이 세워 거꾸로 사도화의 오른손을 붙잡았다. 바로 천지역위(天地逆位)의 일초가 또 시전 되었다.
” 흥” 사도화가 코웃음을 쳤다.
비록 언사군이 그를 던지지 못했지만 그 역시 언사군을 던지지 못했던 것이다.
언사군이 신형을 떨어뜨려 미처 지면에 닿기 전에 사전성월(斜顚星月)의 초식을 또 펼쳤다.
그의 신형이 날며 회전하는데 따라 사도화가 세 번 공중제비를 넘었다.
사도화는 언사군에 의해 나가 떨어지자 마음속으로는 이미 언사군이 고인의 가르침을 받았는데 비해 자기는 단지 구식(九式)을 알고만 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
자신에 비해 언사군은 변화가 자유자재인데, 현 세상에 이런 정도로 대전구식에 정통하여 언사군을 가르친 고수가 누구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는 당연히 언사군이 대전구식을 동중객(洞中客) 한테 얻은 것을 알지 못했다. 일양수(一陽叟)는 단지 동중객의 2대 제자일 뿐이었다. 언사군이 착지(着地) 했을 때 그는 지금 사도화는 분명히 경악 상태라 기회를 틈타 떠나려면 지금이 가장 좋다는 것을 알았다.
그가 다급히 매옥에게 말했다.
“우리 갑시다”
사도화가 신형을 뒤집으며 언사군에게 말했다.
“못 간다. 너 이 몇 초(招)를 어디서 배웠느냐?”
그는 언사군에 의해 한번 던져지자 정신이 완전히 뚜렷해졌다. 평상시 그는 완전히 후회 반(半 ), 한스러움 반의 상태여서 처음에는 미친 척하다가 어느 정도는 진짜로 미치게 되었던 것인데 이때 다시 일양수를 기억해 내고는 저도 모르게 언사군에게 캐물은 것이다.
언사군이 담담하게 말했다.
“그 사람을 만나고 싶은가요?”
사도화가 당년 대전구식을 얻게 되었을 때는 이미 정신이 온전하지 못했었고, 게다가 일양수는 결코 정파의 인물이 아니었기 때문에 혹시 일양수가 그에게 숨긴 것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언사군은 어떻게 온전한 대전구식을 얻었을까!
그가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언사군에게 물었다.
“누구냐?”
언사군이 차갑게 말했다.
“그 사람은 이미 죽었습니다. 당신이 그를 만나려면 자살(自殺)한 후에야 만날 수 있습니다.”
사도화는 약간 망연(茫然)한 상태인데 사교랑은 이미 사도화가 전수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녀가 검을 고쳐 세우고 나와 사도화에게 말했다.
“구태여 이런 저런 말 길게 할거 뭐 있어요? 죽여 버리면 되지”
그녀가 돌진하자 매옥은 사도화가 공력이 너무 높아 그녀로서는 감히 상대할 수 없지만 언사군은 일련(一連)의 괴초(怪招)가 있어서 그나마 대적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장검을 비스듬히 내어 사교랑의 수검(數劍)을 받아내고 이어서 몇 검을 공격했다.
남해취봉(南海翠鳳)은 철면관음의 유일한 제자라 그 사부의 무공을 얻었고, 매옥의 공력은 이때의 언사군의 공력보다 높았기 때문에 그녀가 장검을 날리고 뒤집으면서 어자결(御字訣)로 사교랑의 검초를 전부 받아냈다.
사도화가 머리를 들어 언사군을 보며 느리게 말했다.
“너는 내가 너를 죽이려고 한다고 말하지는 않는구나!”
돌연 그가 눈빛을 들어 보더니 안색이 급변했다.
언사군은 갑자기 사도화가 그를 죽이려고 한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라 미처 생각이 정리되지 않았는데 사도화의 안색이 변하자 고개를 돌려 바라보았다.
작은 토산(土山) 위에 황포(黃袍) 노인이 바람을 맞으며 서 있는데 회백색(灰白色) 수염이 가슴 앞에 날리고 오른손으로는 검을 누르고 있었다.
미풍이 도포 자락을 날리는데 사람을 두렵게 하는 눈빛을 쏘아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