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무협소설 명저대관(名著大觀) 서문 2

무협 일반 2016. 9. 29. 20:26 Posted by 비천호리

80년의 긴 노정을 거쳐 무협소설 연구는 초보적인 중요성과를 취득하였고 이는 매우 기뻐할만한 것이다. 하지만 한 단계 더 높이 오르려면 여전히 많은 대단히 어렵고 힘든 작업을 해야만 한다. 내 생각에 당장 급한 일은 두 가지 기초공사를 완성하는 것이다. 첫 번째는 “중국무협소설총목제요(中國武俠小說總目提要)"라는 대형도구서를 편찬하는 것이다. 구파무협소설이 비록 ”원앙호접파연구자료“에 비교적 온전한 도서목록이 있기는 하지만 그것은 단지 도서 이름의 기록(게다가 약간의 착오와 누락이 있다)일 뿐이며 각 소설의 출판년도, 대략적인 내용, 판본상황, 상호관계 등은 매우 분명하지 않다. 약간의 연구자들은 원저를 전혀 읽지 않았거나 자세히 읽지 않음으로써 적지 않은 기본지식성의 착오를 드러내어 갑을 을로 착각하거나 심지어는 소설 중의 인물을 작자의 농담으로 여기기까지 한다(예컨대 환주루주의 사회소설 征輪俠影을 무협소설로 여기고, 荒江女俠의 남녀 주인공 岳劍秋, 方玉琴을 30~40년대의 영향력 있던 南派작가로 여긴다).
 
홍콩·대만의 신파무협소설의 상황은 더 복잡하여 거의 매 작가마다 나쁜 무리들이 몇 부, 십 몇 부, 몇 십부 심지어는 백 여부 이상의 남의 이름을 사칭한 위작을 꾸며내 물고기의 눈알을 진주에 섞은 것처럼 되어 3부의 무협소설사전과 ”신무협 작가 20인(新武俠二十家)“에서 모두 위작(예를 들면 고룡을 사칭한 劍氣滿天花滿樓, 사마령을 사칭했지만 실은 易庸이 쓴 河岳點將錄)을 진품으로 오인하도록 만들었고, 그리하여 엄숙하고 진지하게 어리석은 일을 예술분석하게 되었다. 두 번째는 마땅히 ”무협소설작가소전(小傳)" 한 부를 편찬하고 매 작가의 뒤에 하나의 “창작연표” 혹은 “출판연표”를 붙여야 하는데 이 작업은 난이도가 매우 높아 심지어는 “총목제요(總目提要)” 편찬의 어려움을 넘어설 수도 있을 것이다.
 
당연히, 이 두 작업은 결코 단기간에 몇몇 사람의 힘에만 의지해 단번에 성공할 수 있는 일이 결코 아니며 중국대륙, 홍콩, 대만 세 곳의 연구자(경력이 풍부한 무협출판업자를 포함하여) 모두가 힘을 합하여 “학문을 하는 사람은 인내하며 차가운 의자에 10년을 앉아 있게 되더라도 한마디 불평을 하지 않는다”는 것과 같은 헌신의 정신을 가져야만 비로소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떠한 과학연구라도 모두 착실한 기초연구로부터 시작하여 토대를 단단하게 다진 후에야 마천루(摩天大樓)는 비로소 으리으리해질 수 있다. 생각건대 진정한 무협문학연구자는 모두 이러한 헌신정신이 있을 것이다.
 
수 많은 “무협광”과 마찬가지로 나는 어려서부터 무협서적에 심취하였고, 소학교에 다닐 때부터 가판대에서 무협 “아동도서”(連環畵 책)을 보았었고, 중학생이 되어서는 구파무협소설을 집으로 빌려와 맹렬히 읽었고 80년대부터 밤을 꼬박 새우며 구파 작품을 복습하고 신파 작품을 즐겁게 읽었다. 그 동안 장병우, 서기개, 서지명, 주취제, 풍지상, 왕중삼, 채량희, 양강화, 낙유청, 주지용, 저대위, 조정문, 유덕융, 당발요, 남범, 노윤상, 왕정, 황명 등 친구, 동료, 동행자 수십 분과 수없이 많이 독서 심득을 교류하였고 후에는 손계림, 풍금우, 주용금, 풍패령, 염중영, 황수훈, 예사정, 장진선, 진희극 제군(諸君)의 도움을 얻어 수 많은 원저와 관련 자료를 수집하게 되었다. 환주루주와 그 작품에 대한 깊은 흥미로 인하여 선후로 북경근대문학연구 전문가 배효유, 환주루주의 자녀 이관현, 관정(觀鼎), 관숙, 관홍, 관정(觀政), 천진 학자 장공생, 대만 학자 섭홍생, 소주 학자 서사년, 북경 학자 금개성, 남경 학자 주희 및 백우(白羽)의 영식 궁이인과 왕도려의 부인 이단전을 알게 되었다.
 
그들을 통하여 고룡의 진실한 벗이며 대만의 경력이 풍부한 출판업자이자 작가인 우지굉(우동루), 대만출판업자 왕달명, 대만 학자 임보순, 대만 무협명가 소일, 와룡생, 유잔양, 대만 무협평론가 호정군, 홍콩 무협명가 장몽환, 온서안, 천진 작가 풍육남, 무한 평론가 왕춘계, 강소 작가 겸 평론가 이영덕(江上鷗), 안휘 평론가 나립군, 북경 평론가 진묵, 복건 유국휘, 상해 학자 가식방, 장배항, 상해 작가 사기규 제군들과 친교를 맺게 되었고, 피차간에 무협을 담론(談論) 하고 혹은 명작에 대한 의견을 나누거나 작고한 작가를 회고하거나 무릎을 맞대고 토론·연구하거나 밤새워 긴 얘기를 나누는 등 실로 얻은 것이 참으로 많았다. “섭감노시전편(聶紺弩詩全編)”을 편집한 까닭에 신파무협소설 촉진자 나부(유소)를 알게 되었고 그의 소개를 통하여 요행으로 최근 홍콩으로 건너가 김용, 양우생을 만나게 되었다.... 그리하여, 단지 구경하기 좋아할 줄만 아는 문외한(外行)은 뜻밖에도 “비결”을 약간 아는 “전문가(內行)”가 되었다. 사행서점출판사의 팽위국, 공건성 두 분의 열정적인 초대를 받아 또 대담하게도 “중국무협소설명저대관”을 책임편집하는 임무를 받아 들였다.
 
독자가 최소의 시간으로 중국무협소설 명저의 대략적인 상황을 한 번에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본서는 근 6백 분 작가의 3천여 종 작품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33분 작가의 138종 작품(총 글자수는 약 1억이다)을 정밀하게 골라내고 50여 분의 무협전문가와 애호자에게 요약을 청하였다(매작품의 자수는 대략 원저의 1/100이다). 맡은 분 각자의 경제적 이익을 따지지 않은, 심혈을 기울인 창조적 노동을 통하여 독자들의 면전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한 편 한 편 원저의 줄기, 독특한 맛을 보존하면서도 간결하고 막힘없는 문장의 뛰어난 이야기이자 소설감상을 위해 사용할 수도 있고 필요한 자료를 찾아내 열람하는 자료로도 이용할 수 있다. 독자가 80년대 중국무협소설의 각 大문파와 예술특색에 대하여 대략적인 이해를 갖도록 하기 위하여 특별히 무협소설발전사에 대해 수십 년의 연구 공로가 있는 장공생, 섭홍생 두 분에게 청하여 각각 구파와 신파를 비평소개하는 논문이 저술되었고 이는 매우 학술적 가치가 풍부하다.
 
독자가 무협명가의 생애에 대하여 이해를 갖도록 하기 위하여 장, 섭 두분은 또 그 아는 바를 쏟아 부어 명가 소전(小傳)을 저술하여 작품의 앞이나 책의 말미에 붙였다. 독자로 하여금 신구 두 파 무협소설의 작자와 작품명에 대하여 정확하게 이해하도록 하기 위하여 책 뒤에는 여러 차례 정리, 수정된 한 부의 도서목록을 붙였는데 진귀하고 신뢰할만하여 이에 근거하여 출판계에 넘치는 대량의 위작을 감별해낼 수 있을 것이다.
“중국무협소설총목제요”와 “중국무협소설작가소전” 이 양대(兩大) 기초 공사를 완성하는 것은 오늘날의 시장경제의 큰 조류 가운데서는 일종의 몽상일 수 있어서 “중국무협소설명저대관”의 편집출판은 곧 잠시 스스로를 위로하는 것인데 최소한 양대 공사에 약간의 유용한 벽돌과 기와를 더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본서를 위하여 부지런한 노동을 들인 친구들에게 충심으로 감사 드리며 전문가와 많은 독자들의 비평과 질정(叱正)을 간절히 기대한다.

 

1994년 11월 초고
1996년 2월 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