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청림(周淸霖)
1915년 12월 임서(林紓, 琴南)의 문언문 단편 “부미사(傅眉史)”가 처음으로 무협소설이라는 전용명칭으로 포천소(包天笑)가 책임편집한 상해 “소설대관(小說大觀)” (季刊) 제3집에 발표된 때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온전히 80주년이 되었다. 이 80년 가운데 북경(京), 천진(津), 상해(滬), 광동(粵), 대만(臺), 홍콩(港) 등의 근 600에 달하는 작가들의 부지런한 창작을 통해 발표, 출판된 무협소설이 이미 약 4천 종이고 단행본 누계 인쇄부수는 수억 부에 달하였다. 게다가 각색된 그림책과 영화, TV 작품은 참으로 한우충동(汗牛充棟)이라고 할만큼 많았다. 그 기간에 명가의 뛰어난 작품이 차례로 출현하여 몇 세대의 독자들은 홀린 듯 취한 듯하였고, 중국무협문학 사상 일대 기관(奇觀)을 이루었다.
무협소설의 열독(閱讀) 붐에 비하면 그 연구는 상대적으로 한산하였다. 나는 80년 이래 무협소설 연구는 대체로 4단계로 나눌 수 있다고 본다.
(1) 1951년 6월 이전이 1단계이다. 30~40년대에 좌익작가 구추백(瞿秋白), 심안빙(沈雁氷), 정진탁(鄭振鐸) 등이 근 10편의 저술을 발표하여 전면적으로 무협소설을 부정하고 “반동”적인 “봉건적 소시민 문예”로 배척하였다. 그들은 주로 사회학의 각도에서 이러한 논단(論斷)을 하였고 비록 이해되는 면이 있다고 해도 그러나 아주 큰 단편성이 있었다. 신중국이 성립된 후 심안빙, 정진탁이 문화계를 이끄는 지위(중앙문화부 부장, 부부장 각 담임)에 있었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1951년 6월의 무협소설 출판 전면금지를 초래하였고 그 부정적인 영향이 지금까지도 여전히 남아 있다. 구, 심, 정씨의 논단을 어떻게 취급할 것인지는 응당 무협소설이라는 이 문학종류를 정확하게 평가하는 관건 가운데 하나이어야 하지만 무협소설 연구자는 이에 대하여 오늘날까지 여전히 한 편의 무게 있는 저작도 세상에 내놓지 못하고 있고 이것은 무협소설 연구 가운데 하나의 중대한 결함이다.
이 단계 중에 서국정(徐國楨)은 1949년 상해 “우주(宇宙)” 잡지의 복간호 제3, 4, 5호에 “환주루주 및 그 작품의 연구”(1949년 3월 단행본 출판시 “환주루주론”으로 바꿈)를 발표하여 무협소설 명가 환주루주(이수민)의 생애와 인생철학에 대하여, 그 작품의 내용, 형식과 예술특징 등에 대하여 유익한 탐색을 하였다. 이는 무협소설 역사상 단 한 사람의 작가를 연구한 첫 번째 전문적인 저작이었고, 그 가운데 약간의 중요 논점은 지금도 여전히 상당한 가치를 가지고 있지만 아쉽게도 아직도 사람들의 충분한 주의를 끌지 못하고 있다.
(2) 50~70년대는 2단계이다. 이 기간에 중국대륙의 가장 중요한 연구성과는 1962년 10월에 위소창(魏紹昌), 오승혜(吳承惠)가 책임편집한 “원앙호접파연구자료”가 상해에서 출판된 것이다. 비록 이 저술이 무협소설에 대하여 여전히 부정적인 태도를 유지하고는 있고 또한 무협소설을 원앙호접파에 포함시키는 것도 매우 타당하지 못하기는 하더라도 그것은 처음으로 대단히 많은 구파무협소설 목록을 수집하였고, 부분적인 무협소설가의 생애자료와 구, 심, 정씨 등 무협소설을 평론한 다수의 저작을 수록하여 무협소설 연구자에게 편의를 제공하였기 때문에 그 공로는 실로 매몰되어서는 아니 된다.
1967년, 중국 혈통의 미국 저명학자 유약우(劉若愚)가 시카고에서 영문판 “중국의 협(中國之俠, The Chinese Knight-errant)"을 출판하였는데, 이는 전 세계에서 첫 번째로 중국역사와 문학 중의 협(俠)의 전통을 종합연구한 전문저술이었고 체계적인 중국의 협문화(俠文化) 연구를 창시한 공로가 있다.
70년대, 중국대만학자 양연승(楊聯升), 당문표(唐文標), 진효림(陳曉林) 등은 10여 편의 전문저술을 발표하여 무협소설을 정확하게 평가하기 위하여 노력하였다.
(3) 80년대~1993년은 3단계이다. 중국대륙의 개혁개방과 해협 양안의 문화교류가 날로 빈번해지는 큰 형세 하에서 신구무협소설의 대량출판 혹은 재판(再版)에 따라 무협소설 연구는 최초의 붐을 일으켰다. 인민일보, 문회보(文匯報), 문예보, 문학보, 상해문론(上海文論), 문예쟁명(文藝爭鳴), 서림(書林) 등 10여 곳의 전국적 영향력이 있는 신문, 잡지들이 잇달아 무협소설을 연구한 전문저술과 학술저작을 발표하였고, 장공생(張贛生), 나립군(羅立群), 유음백(劉蔭栢), 조정문(曺正文), 진평원(陳平原), 진묵(陳墨), 채상(蔡翔) 등은 무협소설통사, 단대사(斷代史), 총론, 작가론, 작품론 등 각 방면에서 전문저술을 출판하였으며 게다가 3부의 무협소설사전(寧宗一, 胡文彬, 劉新風이 각각 책임편집)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서사년(徐斯年), 풍기용(馮其庸), 풍기재(馮驥才), 장배항(章培恒) 등 저명한 학자들이 발표한 단편논문도 이미 백편을 넘어섰다. 북악문예출판사는 무협명가 백우(白羽, 宮竹心)의 전집을 출판하였는데, 그 “출판설명”에서 백우 작품의 판본에 대하여 비교적 상세한 고증을 하였다. 이 출판사는 곧바로 “환주루주소설전집”을 내놓았는데 저명한 학자 금개성(金開誠)이 서문을 썼고 책 말미에는 “환주루주작품연표”와 관련된 평론을 붙였다.
중국대만, 홍콩의 연구자들도 중대한 공헌을 해냈다. 섭홍생은 대만연경출판공사(臺灣聯經出版公司)를 위하여 “근대중국무협소설 명저대계”를 책임편집, 비평교감한 후, 또 강소문예출판사를 위하여 “대만 9대 무협명가 대표작”을 선택편집하였고, 게다가 장편의 서문과 독서안내 글을 썼으며 단기에 또 그의 20여년 래의 평론저술을 모아 “무협소설담예록(武俠小說談藝錄)"을 출판하였다. 호정군(胡正群)은 즉 상해의 학림출판사와 강소문예출판사를 위하여 ”대만신파무협소설명작대전(臺灣新派武俠小說精品大展)"을 책임편집하였고, 또 장편의 서문, 독서안내 글을 썼으며, 게다가 뽑힌 작가의 작품출판연표를 붙였다. 심등은(沈登恩)은 오로지 김용소설 연구를 위하여 “김학연구총서(金學硏究叢書)"를 편찬하였는데 이미 20여종을 출판하였다.
더욱이 사람들로 하여금 주목하게 하는 것은 홍콩중문대학이 1987년 12월에 “국제중국무협소설연구토론회(國際中國武俠小說硏討會)”를 개최하였다는 것인데 이는 무협소설 연구가 이미 학술전당에 진입하였다는 것을 뚜렷하게 나타내 보인 것이다. 1992년 5월 대만담강대학(臺灣談江大學)이 또 “협과 중국문화연구토론회(俠與中國文化硏討會)"를 거행하고 또한 ”협과 중국문화“ 논문집을 출판하여 무협소설 연구로 하여금 문화연구의 영역에 진입하도록 하여 하나의 새로운 경지에 오르게 하였다.
(4) 1994년부터 4단계에 진입하였다. 1994년 1월 28일 중국무협문학학회가 북경에서 성립을 선포하고 전국 각지에서 온 46명의 연구자로 구성된 제1차 이사회를 개최하여 남개대학 영종일 교수가 회장을 맡고 김용, 풍기용을 명예회장으로 임명하였다. 학회의 성립은 중국의 무협소설 연구가 분산된 무조직 상태에서 상대적으로 집중된, 조직이 있고 지도자가 있는 중요한 단계로 진입하였다는 것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1995년 3월 중국무협문학학회는 북경에서 “중화무협소설창작대상(中華武俠小說創作大獎)” 심사위원회 회의를 개최하여 1990년 이후에 창작된 60여부의 신무협소설 가운데 은검상(銀劍獎)과 동검상(銅劍獎) 각 3명(溫瑞安의 溫柔一刀, 于棟樓의 短刀行, 周郞의 鴛鴦血, 獨孤殘紅의 銷魂一指令, 滄浪客의 一劍平江湖, 巍琦의 金帖俠盜)을 선정하였고, 금검상(金劍獎) 2명은 곧 평생 성취상으로 하여 중국무협소설 창작에 대하여 탁월한 공헌을 한 김용, 양우생에게 수여하였다.
9월 하순에는 ‘95 북경무협문학 학술연구토론회가 성대하게 열렸는데 그 토론회는 홍콩, 대만에서 두 차례 열린 연구토론회를 잇는 것일 뿐만 아니라 제1차 전국 규모(대만, 홍콩지구 포함)의 학술성회(學術盛會)이기도 하였으며 근년래 무협소설 창작과 이론구축을 살펴보는 큰 모임이었다. 회의에서는 엄숙하게 “무협소설은 우리나라 문학영역의 유달리 선명하고 아름다운 한 송이 진기한 꽃이다. 2천년 민족정신과 역사의 혹독한 시련의 침윤(浸潤)을 통해 더욱이 80여년 동안 몇 대의 무협소설 작가들이 쏟아 부은 심혈에 힘입어 무협소설은 예속적인 것에서 점차 발전하여 큰 조류가 되었고, 찬란한 중화문화를 대표하는 한 종류가 되었다. 우수한 무협소설은 한결같이 애국과 정의의 기치를 표명해 왔고 개성이 선명한 이미지로 민족의 미덕, 권선징악, 激濁揚清(탁한 물을 흘려보내고 맑은 물을 끌어들이다)을 밝힘으로써 무릇 중국인이 있는 곳에는 무협이 있고, 환주광(環珠狂), 김용광(金庸狂)이 있으며 무협 가작(佳作)은 전 중화민족 공동의 정신적인 재산이고 공유되는 심미적 기쁨과 유쾌함이다.”고 지적해냈다.
24일에는 회의폐막식 및 제1기 “중화무협소설창작대상” 시상식을 인민대회당에서 융성하게 거행하였고 중앙TV방송국과 각 주요 신문이 모두 보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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